위치 : 경기도 남양주시
용도 : 공공업무시설
규모 : 지상 1층
면적 : 100.80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마감 : 고밀도목재패널, 노출콘크리트, 콘크리트패널
기간 : 2019 - 2020
시공 : (주)대성종합건설
사진 : 이택수
남양주시청 앞마당이 열린 광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시청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관리실이 사라지고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별동의 화장실과 경비실이 지어지게 되었다. 새로운 화장실의 위치는 시청 광장 옆 시의회 건물과 남측 전면도로 사이의 여유 공간으로 결정되었는데, 무심코 정해진 그 위치 때문에 의도치 않게 시청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이 부여되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화장실은 내부를 개방하기 보다는 외부의 시선에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설이며, 때문에 대부분의 공공화장실은 개구부를 많이 두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는 외부를 느낄 수 없고, 건물의 외관은 공간의 성격과는 무관한 ‘입면 디자인’의 경연장이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 프로젝트는 외부로부터 단절되지 않은 열린 공공화장실을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건물의 입면은 밖에서만 바라보는 껍데기가 아니라 내·외부에서의 인지적 효과를 모두 고려한 ‘양방향 외피’이자 열린 경계로서 계획되었다.
이용자들은 시청 광장에서 좁은 보행로를 통해 화장실 북측으로 진입한다. 직사각형 평면의 중심부에 진입공간이 있고, 양쪽에 남녀 화장실이 각각 배치되어 있다. 진입공간은 외부이지만 한편으로는 facade의 뒷면, 혹은 안쪽이다. 내·외부의 성격이 교차되는 곳이자 화장실의 중심공간이다. 이곳에서 루버 사이를 스며들어 콘크리트 바닥 위에 떨어지는 남향의 햇살은 이 건물의 가장 특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곳은 화장실에 드나들 때 우산을 접거나 펴기도 하고, 일행을 기다리기도 하고, 한 여름에는 잠시 멈춰서 땀을 식히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광장의 시끌벅적함에서 한발 물러서서 느긋하고 고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단순한 조형과 재료로 계획하였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면, 한쪽 벽면이 전면창으로 이루어진 개방적인 내부공간을 만나게 된다. 창밖의 루버 사이사이로 가로의 풍경이 흘러들어온다. 반대쪽을 바라보면 세면대 위로 넓게 펼쳐진 거울을 통해 바깥 풍경이 다시 한 번 눈에 들어온다. 화장실 안에 서서 계절과 날씨,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각도의 수직 루버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충분한 양의 자연광이 실내로 반사되어 들어오도록 해준다. 덕분에 맑은 날에는 내부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밖이 어두워지고 내부 조명이 켜지면, 그 불빛이 루버 사이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온다. 화장실 건물이 등불처럼 밝혀져 가로의 분위기를 바꾸고 시청의 야경에 활력을 불어넣는다.